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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비판하던 전직 연방보안국 요원 암살 사건의 비밀

뷰포인트 2017.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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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일. 한 남자가 급하게 응급실에 실려 옵니다. 의료진들이 총동원되어 이 남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3주 뒤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요. 그의 이름은 전직 러시아의 FSB(연방보안국)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였습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암살 지시 명령을 폭로한 후 FSB에서 쫓겨나 수차례의 재판과 법정 공방, 구금 등을 반복하며 러시아 정부와 싸우다가 2001년 영국으로 망명하게 되었죠. 이 사실을 안 영국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러시아 측에서는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알렉산드르 역시 영국에서 2권의 책까지 출간하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많이 했었는데요. 그중에는 1999년 러시아가 체첸을 공격하는 빌미가 된 아파트 테러 사건이 FSB의 자작극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는 이 모든 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알렉산드르가 러시아를 비난하던 그즈음 때마침 러시아의 체첸 공격과 관련해 러시아군의 무차별적인 학살에 관심을 갖고 취재하던 인권운동가인 안나 플리트콥스카야의 취재 내용과 맞물려 푸틴 대통령을 더욱 강하게 압박합니다. 그러나 안나 플리트콥스카야는 2006년 10월 7일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의문의 총격을 받고 사망합니다.

 

(사진 - 인권운동가이자 기자였던 안나 플리트콥스카야)

 

알렉산드르는 안나의 총격 사망 사건이 푸틴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고,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압박하는 기자를 암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알렉산드르는 이탈리아인 마리오 스카멜라라는 인물에게 한 통의 메일을 받습니다.

 

메일에는 '안나 암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며, 영국에 체류 중인 러시아 재벌 베레조프스키 등을 비롯한 암살 대상자의 목록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알렉산드르와 자신을 포함해 푸틴 대통령에게 대항하는 여러 인물들의 정보가 들어있다는 것이었죠.

 

 

알렉산드르와 마리오는 2006년 11월 1일 오후 3시경 런던에 있는 일본 음식 전문점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후 4시 15분에 알렉산드르는 재벌 베레조프스키의 직원을 불러 마리오 씨에게 전달받은 자료의 사본을 건내주었는데요.

 

그리고 오후 5시. 알렉산드르는 밀레니엄 호텔의 바에서 전직 FSB 요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안드레이 루고포이와 드미트리 코브툰을 만났습니다. 당시 바텐더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홍차를 마시며 영국의 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사진 - 슬픈 표정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알렉산드르 씨의 모습)

 

7시쯤 그들과 헤어진 알렉산드르는 집으로 가 아내가 만들어준 닭튀김을 먹고 인터넷으로 러시아 뉴스를 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렉산드르는 심한 구토와 함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느끼게 됩니다.

 

 

바넷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그는 일주일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독에 중독돼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11월 17일.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알렉산드르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당시 영국 언론에서는 '전직 FSB 요원이 독에 중독되었다'며 대대적으로 사건을 보도했죠.

 

 

알렉산드르는 쥐약을 만들 때 사용되는 '탈륨' 중독이 의심되었는데, 그 이유는 탈륨에 중독되었을 때 나타나는 심각한 탈모 증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11월 20일. 알렉산드르는 중환자실에 옮겨졌고 결국, 11월 23일 오후 9시 21분에 사망하고 마는데요.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알렉산드르의 독살설을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사망하기 전 그의 소변에서 방사능 물질 '폴로늄 210'이 검출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밀레니엄 호텔에서 알렉산드르가 마시던 찻잔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것이었죠.

 

 

폴로늄 210은 자연적으로 매우 희귀한 원소이기 때문에 양성자 가속기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습니다. 연간 생산량이 100g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희귀한 물질이죠. 즉, 정부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아무리 돈 많은 재벌이라고 해도 절대 구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것입니다.

 

폴로늄 210은 수용성이 높아 인체에 투여하기 아주 쉽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11월 1일 폴로늄이 든 홍차를 입에 넣은 순간부터 알렉산드르의 몸을 철저히 파괴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폴로늄은 위의 점막에서 혈액 속으로 녹아들어 온몸으로 운반돼 모든 장기와 골수, 림프 시스템을 붕괴시키죠. 참고로 현재 폴로늄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러시아뿐입니다.

 

 

한편 런던 경찰청은 폴로늄 210을 반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한 용의자 몇몇을 추려냈으나, 그들 모두 러시아에 체류 중인 러시아인들이었습니다. 러시아 측에 용의자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러시아는 신병 인도 요청을 거절했죠. 사건의 배후에는 과연 누가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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