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축구하다가 옆 사단 중대장과 맞짱뜰 뻔한 사연 (上)

안녕하세요. 상남자 여러분? 몇 달 전 지옥 같았던 일주일!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군대 영창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저를 영창으로 보내주신 아름다운 땅개 중대장과 맞짱뜰 뻔한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영창 이야기를 먼저 보고 오시면 이해하시기가 훨씬 쉬우실 겁니다.)

 

 

때는 바야흐로 제가 체력 1을 가진 병장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여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현실로 소환해 축구에 미쳐 있었죠. 아니, 그냥 미친놈이었습니다. 밥만 먹고 나면 축구를 했으니까요. 아마 지금 축구를 하라고 하면 토하고 난리도 아닐 겁니다.

 

영창 이야기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가 군 생활을 하던 통신 중대는 중대 전체가 철원의 전방 사단에 파견을 나가 있었습니다. 사단의 보병 중대 옆에 막사를 짓고 100여 명이 얹혀살고 있었죠. 땅개 아저씨들은 자기들 땅을 빼앗겼다고 생각했는지 견원지간처럼 우리 중대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간혹 땅개 중대와 우리 중대가 축구를 하는 날이면 진정한 전투 축구가 무엇인지를 라이브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땅개 중대와 축구에서 이긴 날에는 축제를 벌였고, 지기라도 한 날에는 고참들의 갈굼이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렇게 멈춰 있는 것만 같았던 시간은 흐르고 흘러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병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땅개 중대와 주말 축구 시합이 잡혔죠. 제가 병장이 되고 처음 갖는 시합이었기 때문에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과시간이 끝나면 쫄따구들을 모아놓고 미친 듯이 소림축구를 연마했습니다.

 

 

얍! 얍! 하앗! 타하앗!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고, 구슬땀을 흘리며 연마했던 소림축구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땅개 중대 아저씨들은 저희 중대원들과 몸싸움만 했다 하면 허수아비처럼 우수수 나가떨어졌습니다. 그 결과 전반에만 무려 3골을 폭풍처럼 몰아넣으며, 땅개 중대 아저씨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렸죠.

 

그런데 저쪽에서 누군가가 안경 너머로 서릿발처럼 매서운 눈빛을 한 채 축구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땅개 중대장이었습니다. 저를 영창으로 인도하셨던 아름다운 그분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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