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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서 벌어진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크리스마스 휴전'

뷰포인트 2017.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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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12월 25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후 맞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당시 서부 전선에서는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영국군과 독일군이 대치하고 있었는데요. 이날 독일군의 주둔지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전장에 조용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치고받고 싸우던 영국군과 독일군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자발적으로 전쟁을 멈췄습니다. 양쪽 군인들은 무엇에라도 홀린 듯 사망자들을 매장하고 초콜릿, 과자, 술, 담배 등 보급받은 물품을 선물로 교환했죠.

 

 

이것은 후에 '크리스마스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그러나 1914년 벌어진 크리스마스 휴전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부의 지시 없이 전장에서 군인들 스스로 만들어낸 비공식 휴전이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휴전의 계기는 당시 천주교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5세가 크리스마스 휴전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독일군 쪽은 이 제안을 수락했지만, 국토를 침략당한 국가들 입장에서는 전혀 달가울 것이 없었기 때문에 거절했었죠. 그러나 최전선에서 독일군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캐롤을 틀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영국군과 독일군의 비공식 휴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슬픈 운명을 보듬어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군대 이야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축구를 하기도 했는데요. 축구를 하던 도중에 축구공이 철조망에 박혀 터지는 바람에 경기가 종료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휴전 당시의 모습을 전쟁에 참여했던 영국군 상병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악수를 하고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마치 몇 년 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독일군 사이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통역을 해줬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곧 양쪽 진영에서 군인들이 쏟아져 나왔고,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군인들은 서로의 담배를 나누어 피우면서 그 시간을 함께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여야만 했던 군인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놀라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서부 전선의 크리스마스 휴전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영국군 수뇌부에서 독일군과의 접촉과 비공식 휴전을 엄격히 금지했기 때문인데요. 그다음 해부터 크리스마스 기간이 되면 영국군의 포격은 더욱 거세졌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크리스마스 휴전을 통해 영국군과 독일군은 서로의 아픔과 생각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지금 당장 고향으로 돌아가 따뜻한 가족의 품에 안기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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