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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복싱 경기의 규칙을 바꾼 비운의 복서

뷰포인트 2017.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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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UFC와 같은 격투기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복싱의 인기는 시들해졌습니다. 메이웨더와 맥그리거 같은 초특급 스타들의 역대급 경기가 아닌 이상 큰 관심을 두지 않는데요. 이 글에서는 전 세계 복싱 경기의 규칙을 바꾼 비운의 복서 故김득구 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돌아보려고 합니다.

 

 

 

김득구 선수는 동아체육관에서 복싱에 입문해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다가 1978년에 프로로 전향했습니다. 복싱에 자질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챔피언 이후 1982년 동양 챔피언 전에서 김광민 선수를 상대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승리하면서 동양 챔피언의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죠. 이때만 해도 그에게는 장밋빛 인생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계체량 심사 중인 故김득구 선수와 레이 맨시니의 모습)

 

그리고 1982년 11월 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특설 링에서 WBA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당시 챔피언이었던 레이 맨시니(Raymond Mancini)에게 도전하게 됩니다. 김득구 선수는 챔피언 전을 앞두고 맹훈련을 했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출국 당시 "관을 준비해놓고 간다. 패한다면 절대 걸어서 링을 내려오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하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9라운드까지는 김득구 선수와 맨시니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치고받는 승부를 펼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10라운드 때부터 체력의 한계를 느낀 김득구 선수가 난타를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밀리게 되죠. 계체량을 맞추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도 힘든데, 장시간 비행의 피로까지 겹쳤으니 힘들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14라운드가 시작된 직후 맨시니의 연타에 이은 오른손 정면 스트레이트에 턱을 제대로 맞은 김득구 선수는 그대로 넘어갔고, 어떻게든 다시 싸우려고 로프를 붙잡으면서 일어났지만, 심판이 KO를 선언하며 맨시니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오로지 정신력 하나로 버티던 김득구 선수는 맨시니의 승리 세레모니를 쓸쓸한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곧장 후송됩니다. 심각한 뇌출혈로 인해 뇌수술을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뇌사 상태에 빠지고 말죠.

 

(▲의식을 잃고 들것에 실려 나가는 故김득구 선수)

 

그리고 5일 뒤 아들의 소식을 들은 김득구 선수 모친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고, 모친의 동의를 얻어 산소마스크를 떼어 26세라는 푸르디푸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장기까지 기증했는데요.

 

 

이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너무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라 글로 담지는 않겠습니다. 아무튼, 김득구 선수의 죽음은 전 세계 복싱계와 스포츠계에 매우 큰 충격을 안겨주었죠. 미국에서는 청문회까지 열릴 정도였으니까요. 결국, 이 경기를 계기로 아래와 같이 몇 가지 경기 규칙이 바뀌게 됩니다.

 

1. 주치의 판단으로 심판 판정과는 상관없이 경기를 종료시킬 수 있는 '닥터스톱' 제도 도입.

 

2. 세계권투평의회(WBC)에서는 김득구 선수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15라운드 경기를 12라운드로 줄임.

 

3. 스탠딩 다운 제도 도입.

 

 

만약 복싱 경기 규칙이 바뀌지 않고 아직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면, 분명 누군가는 링 위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겁니다. 스포츠 관계자들이 경기의 흥행보다 생명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비운의 삶을 살다간 故김득구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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