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돌고래에게 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돌고래의 지능은 IQ80 또는 7~8세 어린이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돌고래들은 적게는 몇 마리에서 많게는 수천 마리가 집단으로 모여 사회성을 가지고 생활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국가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말이 안 통하는 것처럼 돌고래의 언어 체계 역시 인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복잡해 지역에 따른 언어 분화 현상 때문에 돌고래끼리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죠.
뿐만 아니라 지난 2001년 미국의 로리 마리노(Lori Marino) 박사는 '큰돌고래의 자의식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통해 돌고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다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는 고래목인 돌고래나 고래의 문화 수준이 인간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요.
이는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교, 영국의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얻은 결과입니다.
(▲왼쪽 인간의 뇌, 오른쪽 돌고래의 뇌 / 대뇌피질이 잘 발달한 돌고래는 사고력, 언어, 공감 능력, 기억력 등이 뛰어납니다.)
"고래류도 인간처럼 계층적 사회 구조로 조직되어 있으며 사회, 행동 및 신경 해부학적 복잡성 측면에서 인간 혹은 다른 영장류와 매우 유사한 희귀한 문화 그리고 행동 양식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고도로 발달한 사회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죠.
하나의 예로 돌고래는 서로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공동 육아, 공동 사냥을 통해 유대감을 돈독히 하면서 사회를 유지해 나갑니다.
이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한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진화생물학자인 수잔느 슐츠(Susanne Shultz) 박사는 "돌고래가 양 지느러미를 인간의 손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것으로 진화시켰다면 대도시 건설과 여러 가지 기술 등을 모방했을지도 모른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한 '손'이 있었던 것처럼 돌고래가 아무리 뛰어난 지능과 고도화된 사회문화를 가지고 있어도 '손' 없이는 오늘날 인간의 문명과 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이야기인 셈이죠.
그러면서 수잔느 박사는 "손이 없는 돌고래의 침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농담 섞인 말을 했는데요. 만약 돌고래에게 손이 있었다면 육지는 인간이, 바다는 돌고래가 지배하면서 종족 간의 전쟁을 벌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