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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까지 마비시켰던 군인 집단폭행 사건

뷰포인트 2018.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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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을 하면서 꿀 같은 시간 중 하나는 바로 외박과 휴가인데요. 휴가의 경우 진도든 제주도든 어느 지역이나 갈 수 있지만, 외박/외출의 경우 위수지역(비상소집을 대비해 일반적으로 부대에서 1~2시간 거리) 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가지를 씌워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죠.

 

 

 

지난 2011년 3월, 양구에서는 외박 나온 군인과 어깨가 부딪쳤다는 이유만으로 고등학생 10명이 현역 군인 2명을 집단폭행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를 우연히 본 사복차림의 장교가 병사들을 데리고 급히 부대로 복귀했죠.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폭행을 당한 김 일병은 눈 아랫부분이 골절돼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군인 신분일 때 민간인과 싸우게 되면 쌍방폭행이라도 합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헌병대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무조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군 이미지 실추는 아주 무겁게 다루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항 한번 못해보고 고등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소식을 전해 들은 군인들이 독이 바짝 올라 외출과 외박, 휴가를 나가도 양구 주변의 상점들을 일절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양구의 주말 물가는 PC방이 2천 원, 모텔도 아닌 여인숙에서 1박을 하는 데도 10만 원씩이나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식당의 메뉴판은 민간인용과 군인용을 나눠 바가지를 엄청나게 씌웠다고 하는데요. 군인들이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악용한 상인들이 비양심적인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식 같은 군인들을 상대로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거죠.

 

 

양구지역 군부대들은 대민지원이나 재해복구지원 등 군부대 주변 지역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장병들을 내보내 적극적으로 도와줬는데, 돌아오는 건 바가지요금뿐이었습니다. 아무튼, 양구에 주둔 중인 2개 사단의 사단장에게 이 사건이 보고되었죠.

 

 

(사진 - 당시 2사단장이었던 前합참의장 이순진 대장)

 

사건 보고를 받은 사단장들 역시 깊은 분노를 느끼고, 예하 부대에 공문을 내려 장교, 부사관, 전 장병의 외출, 외박을 완전히 통제시킵니다. 휴가자들은 군부대 차량을 이용해 터미널에 내려주고 데려왔습니다. 장병들의 가족들도 모두 PX를 이용하게끔 했죠.

 

 

양구군의 주요 소비를 담당했던 군인들이 양구에서 씨가 말라버리자 지역 경제가 마비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양구군의 상인들은 외출과 외박 통제를 풀어달라고 군부대에 항의했지만, 부대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는데요. 심지어 휴가를 복귀하는 군인들은 껌 한 통도 사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위수지역을 춘천까지 확대한다는 소문이 양구군의 상인들에게 돌기 시작합니다. 약 2만 4천 명이 살고 있는 양구 군민들의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 것인데요. 양구군 홈페이지에도 군민들의 항의 글로 아주 그냥 난리가 납니다. 결국, 양구군의 군수, 경찰서장, 군 의원, 상인연합회장 등이 군부대를 찾아가 싹싹 빌었지만, 상급부대 명령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양구 군민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나 싶었는지 군인 2명을 집단 폭행한 고등학생 10명을 군민들이 잡아 경찰에 넘겼습니다. 그리고는 양구 군수와 상인연합회장 등이 분당에 있는 국군수도병원까지 찾아가 폭행 피해를 당한 군인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바가지요금을 씌우지 않을 것을 약속하죠.

 

 

이렇게 수습을 하고 나서야 마침내 양구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의 외출과 외박 통제령이 해제됩니다. 고등학생 10명이 지역 전체를 말아먹을 뻔한 사건이었는데요. 이 사건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지금도 양구 지역 군부대에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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